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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붕어빵 13. 2시간 동안 있던 손님 [잉어빵 장사 후기] 본문

경험적 배움/붕어빵 장사

그 겨울 붕어빵 13. 2시간 동안 있던 손님 [잉어빵 장사 후기]

심쿵현 2018. 3. 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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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정도 되었을까? 한 남자아이가 소심하게 어묵 얼마냐고 기어들어갈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한개에 500이라고 그 친구의 작은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크게 대답했다.


싸네요 맛있겠다그 친구는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싸다고? 거의 500원이잖아보통 이정도 가격아니냐는 나의 물음에 그 친구는 말했다


제가 운암동에서 얼마전에 이사왔는데요. 거기서는 2,500원이였어요. ”


나는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재차 물어봤다


“1개에? 2500? (어묵을 들어보이며) 지금 이 어묵 이거 말하는거지? 이거 한 개에?”


예 심지어 크기도 작아요 (양동시장이란곳에서 어묵을 먹어봤는데 내가 판매하는 것보다 작긴하더라)”


나는 1개에 2500원임을 어린 친구를 통해 확인받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하나뿐이였다.

매운어묵이다. 매운맛 프리미엄이구만 이라고 생각했다


부산 매운어묵이지?”


맞아요 매워서 무슨맛인지도 모를만큼 매워요. 여기가 백종원 어묵이면 거긴 완전 고든램지 어묵인거죠. 그런데 여기는 잔돈 남겨줘요?”


당연히 남겨주지 왜? 어디는 잔돈 안 남겨줘


어릴때 (얍삐)라는 소리와 함께 가게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메달이 나오던 기계가 생각났다

100원을 넣어서 만약에 20개인가? 최대 잭팟이 터지면 

그 가게 아주머니가 나와서 강제회수하고 5개정도만 돌려주는 요상한 행동을 했었던 그때가 살짝 떠올랐다.

물론 자세히 들어보니 운암동 매운어묵집은 의도적인건 아니고 

2500원짜리 어묵집에서 잔돈이 없다고해서 꼬마손님 본인이 괜찮다고 했던 것이였다.


 

그 친구는 어묵을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며 어묵은 이거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 가끔식 오면 나를 빤히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내던 여자아이가 이번에도 보고 있는 것이였다

나는 들어오라고 하였다.

그러자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 들어와서 둘은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서로 금새 친해졌다.

어린 남자아이를 중심으로 깔깔대며 둘은 엄청 매우 즐거워보이게 놀았다.


중간에 나의 친구가 놀러왔는데, 내 친구는 그 어린친구들이 가고나면 나랑 단 둘이 편하게 이야기하려고 기다렸는데

기다려도 기다려도 그 어린친구들이 가지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20분만에 집에 가겠다고 했다.


실제로 친구가 간 뒤로 1시간이 더 넘게 놀았다.



(사진은 내용과 상관이 없다)



성인여성 손님이 들어오는데 그 남자꼬마애가 여기 맛있어요 많이사세요라고 하자,

성인여성 손님은 여기 맛있는거 알고 있거든이라고 약간 그 남자꼬마애의 말에 간접적 불쾌감을 나타냈고

내가 붕어빵을 굽는동안 기다리고 계시던 한 아주머님이 그 남자 꼬마아이에게

남자가 말이 너무 많으면 안돼

그 남자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왜 안되는요?”를 시작으로 반발을 했다.

남자 아이가 틀린말은 아니였으나, 불편한 상황이 초래되었다.

 

나는 최대한 그 꼬마아이가 스스로 정도를 지켜서 자제하거나 가주거나 하길 바랬다

아니면 내가 그 친구들을 보낼만한 이유를 그 어린친구들이 이해하는 수준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거의 잔소리로 번질만한 것들이였다

딱히 대안이 없어서 나는 그냥 살짝 인상쓰며 가라고하자

달라진 공기를 느끼며 꼬마 아이는 수고하세요라는 단 한마디를 남긴뒤 정말 쿨하게 가버렸다.

 

그 꼬마친구는 가버렸으나, 그 친구가 남기고간 여운은 계속 이어졌다.

만약 그 친구가 나의 가라는 말에도

왜 가야되는데요?라고 반발했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단순히 그냥 더 무섭게 더 과격하게 발언하거나 행동해야 했을까

물론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친구가 가야하는 이유를 그 친구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야기 해야했을까?

그래도 그 친구는 무시하고 장난치려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될까?

딱히 답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역시 나는 부족한게 많다.

더 많이 느끼고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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