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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붕어빵 16. 누나와 같이 일하다 [잉어빵 장사 후기] 본문

경험적 배움/붕어빵 장사

그 겨울 붕어빵 16. 누나와 같이 일하다 [잉어빵 장사 후기]

심쿵현 2018. 3. 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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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정말 숨도 안쉬고 붕어빵만 구웠다. 첫날이라 엄청 구워먹기도 했고, 멘탈도 여러번 나갔다.

수원에 사는 누나는 그날 그 모습을 보고 엄청 나를 걱정했다.

1주일안으로 접을거라고까지 말했으니 어지간히 내가 어리버리 혹은 멘붕된 표정을 보였나 보다

그래서 다시 도와주러 왔다.

나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미 적응할대로 적응했고, 없어도 충분했기 때문이였다.

그런데 누나의 마음?(뭔지 모르지만) 두눈으로 확인해봐야 편했는지 수원에서 먼거리인 광주까지 온다고 하는것이였다.

 

나는 누나가 오는게 내키지 않았던 이유가 또 하나 있었는데 일단 오면 누나가 딱히 할일이 없다.

붕어빵을 구울 수도 없고, 어묵은 손님들이 알아서 먹고

그냥 하루종일 추위에 떨면서 밖에 서있어야하니 나도 불편하고 누나도 불편하다


물론 사람이 이런 이성적인 어떤 계산에 의해서만 행동하는게 아니고

누나가 오면 나도 그냥 뭔가 좋긴하니까 막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았지만, 진짜 올준 몰랐다


왜냐면 자발적 기쁨에 의해서 나한테 오는 것이라면 내가 오지말라고 해도 오는데

내가 걱정되서 오로지 나를 위해서 오는것이라면 

내가 적극적으로 "오지않아도 돼. 누나가 오면 힘들고 춥잖아. 지금은 나 여유까지 생겼어 걱정 안해도 돼 진짜로!"


이렇게 나름의 논리를 펼쳐서 이야기하면 나를 위해서 오는것이라면 보통 '정말 괜찮은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안 올것이다.


그런데 누나입장에서 동생이 추운곳에서 붕어빵하는데

내가 무언가라도 해야지 하는 선의가 자발적이라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누나가 요새 행복한게 뭘까? 왜 살까? 이런 철학적?고민을 하고 있다보니

주변 친구들하고 대화가 안되고, 나랑은 잘되다보니 아무래도 그런 즐거움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한다.

요새 누나랑 통화하면 가끔식 2시간도 넘게 대화하니까 말이다.



누나는 내려왔고 결국 같이 출근했다. 그때 누나가 경험했던것만큼 손님이 많지도 않았고, 또 내가 빨라져서 여유가 생기니 누나가 계산이라던가 다른 여타것을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누나랑 어떤 대화를 하기에는 꾸준히 손님이 오는편이다보니 그것마저 불가능했다.

누나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나를 관찰하는 관찰자입장에서 지루함과의 싸움이였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상대가 원할지도 모르는데 막 나서서 뭔가를 하는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손님들과 대화를 해준다거나

어묵드시는 손님에게 어디가 더 불었고 덜불었다, 국물을 떠준다거나, 하는 것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아무래도 내가 누나에게 뭔가 바라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누나다 보니, 내가 못하는 모습을 누나가 딱 잘하지 않을까 하고 어떤 고정관념에 잡혀있는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봤다왜냐면 내가 손님들에게 살가움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한 2%를 누나가 채워주길 그냥 혼자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누나가 좀 고상하고 도도한편이다보니 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누나는 2틀동안 추위에 떨고, 나랑 다투기도하고, 끝나고 맛있는것도 먹는 등 하고 올라갔다.

나는 누나애를 못 느끼는데 누나는 동생애를 느낀다.

원래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누나에게 잘해야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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