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생각
그 겨울 붕어빵 6. 굽기 정도 [잉어빵 장사 후기] 본문
붕어빵을 굽다 보니, 점점 어느정도 굽기로 구워야되는지 생각이 좁혀지더라
손님이 기다리고 있으면 표준보다 덜 굽게 되고(빨리 드려야 하니),
여유가 있으면 표준만큼 굽게 된다.
나는 손님들이 바삭하게 굽는 것을 좋아한다는 니즈를 느끼고 표준보다 살짝 더 굽고 있었다.
그러니까 노릇노릇해보인다는 색 정도로 구워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어느날 손님 중에 한분이 오셔서 나의 굽기 정도에 반기를 드셨다.
손님이 원하는 굽기로 굽는 것이 나에게는 거의 하얗다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마음속으로 방해전략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손님의 말씀을 찬찬히 더 들어보았다.
손님이 예전에는 제과점을 운영했었고, 겨울에는 본인 제과점앞에서 붕어빵 장사도 같이 해봤기에 경험도 있으신 분이였다.
그러니까 제과점 기준에서 보는 붕어빵의 굽기는 정말 정말 정말 약간 노르스름해야하는 정도 인 것 같았다
손님말로는 그 이상 구우면 탔다고 느낀다는 것이였다.
나는 그 손님의 말에 계속 수긍해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수긍해주지 않았다
'그건 제과점 기준이고, 일반 대중들이 원하는 붕어빵은 내가 굽는정도가 맞아'
라는 일종의 고집을 부렸다.
그런데 사람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모두 나의 바삭한 붕어빵을 좋아하진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나의 붕어빵을 보면서 잘 굽는다는 소리를 하는데 그럴때면 힘이 난다.
그런데 조금 더 구워야지 구워야지 하다가 좀 도를 넘는경우도 많아서 잘 조절해야하는 것 같다
가스의 불 세기도 매일 그때그때 마다 조절하기때문에 살짝 긴장을 늦추면 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나를 찾는 손님중에는 경로당의 할머님들도 계신다
그분들은 나의 굽는 방식을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이가 약하신 어른들은 내가 굽는 방식의 반대로 구워야하는 것 같다.
표준에서 살짝 덜 구우면 좋아하신다.
표준이라는 것은 굽다보면 느끼는 개인의 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붕어빵을 하다보면 생기는 난제가 있다. 굽자마자 먹으면 바삭하고 가장 맛있다.
그런데 집에 포장해가지고가면 눅눅해진다.
눅눅해지는 이유에 대해서 보통 일반적으로 생각하는것은 붕어빵의 열기가 포장종이안에 갇히게 되어서 수분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눅눅함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인지 포장종이 양옆으로 공기가 통할 수 있게 틈이 생기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확실히 부족하다. 그렇다고 너무 틈이 많으면 빨리 식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반죽자체가 수분이 많다는 것이다. 반죽의 상당부분이 정제수이다.
그래서 눅눅해질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갓 구운 붕어빵을 진열대에 올려두고 만져보면 바삭하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몇 분후 만져보면 물렁해져있다.(집에 가져가나 안 가져가나 물렁해지는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번은 붕붕믹스라는 싸제반죽으로 좀 되게 만들어 구워 본 적이 있었는데 바삭함이 계속 유지되었다.
내가 만드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잉어빵인데
잉어빵은 쉽게 눅눅해지고, 붕어빵은 바삭함이 오래간다.
만두도 피가 점점 얇아진것처럼, 잉어빵도 그런 니즈가 요구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어떻게 얇게 만들겠는가?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지금의 잉어빵이 아닌가 싶다
묽은반죽을 통해 빵부분이 얇아진 것 같은 착시를 주는 것 같다.
묽은 반죽일수록 빵 부분의 투명도가 올라가서 내용물의 색이 겉으로 표현된다고 해야될까?
그래서 잉어빵은 딱 봐도 팥이든 것과
슈크림이 든 것을 구별할 수 있다.
만두도 피가 두꺼운 만두는 겉으로만 봐서는 속을 판단 할 수 없지만,
요즘처럼 피가 얇은 만두는 속이 비치기 때문에 속을 알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붕어빵에서 잉어빵으로 많이 바뀐게 아닌가 싶다.
모든것의 나의 추측이기때문에 확실치는 않다.
그래서 이러한 결과로써 지금의 잉어빵은 쉽게 물렁해진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딱히 대안은 없다. 그냥 바로 드시는게 가장 바삭하게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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